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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없는 예술은 아마추어일 뿐”

기사승인 2012.11.08  17: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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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테어링 아트 이임춘 화백

평면위에 전개되는 파괴와 창조의 철학
거제서 피어난 테어링 아트에 세계가 집중

   
▲석경 이임춘 화백과 그의 작품 '정열의 화신'. 이 작품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 씨가 소장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아니죠, 세계적인 것이 됐을 때 쓸 수 있는 말이죠”

석경 이임춘(47) 화백이 괴테의 명언에서 기인한 국민슬로건(?)을 뒤엎었다. 짚신이나 지게가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3대째 죽공예와 한지공예를 물려받아 5살 때부터 전통공예술을 익힌 이 화백의 섬세한 손기술에서 ‘테어링 아트’가 탄생했다. ‘테어링 아트’는 캔버스 패널과 캔버스 양면에 물감을 칠한 후 그것을 찢고 꼬아서 3면이 동시에 노출되는 입체 화법으로 최근 미국, 이탈리아, 터키, 두바이 등 세계각지의 미술전에 초대받으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아버지의 가르침인 ‘온고지신’을 토대로 한국전통공예를 현대미술로 발전시켜 세계의 이목을 끈 이 화백에게 “역시 한국적인 것이 세계에서도 통하는 건가요?”라고 묻자 한번 곱씹어보고는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그는 “평범한 것이라도 가치를 끌어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철학이 뒷받침돼야 세계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테어링 아트에 ‘파괴와 창조’라는 철학이 없었다면 아마추어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캔버스를 찢는 순간 파괴가 시작되는 동시에 평면을 벗어난 3차원 입체 형상이 재창조되는 것이다. 또 캔버스에 드러난 세 면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의미하는데 이는 현대미술의 회화가 가지지 못하는 새로운 신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화백은 예술과 함께한 인생이면서도 현재 동부파출소에서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저의 예술을 표현하기 위해 절실한 것은 현실세계의 체험이었는데 인간의 삶과 죽음에 가장 가까운 직업이 경찰이었습니다.”

그는 퇴근 후 짬짬이 다음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작품들은 미국에 있는 개인 갤러리와 해외 미술전에 옮겨져 다시는 한국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몇 해 전만 해도 옥포에서 운영하던 그의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문을 닫아 지금은 학동 화실이 아니고서는 구경조차 힘들다.

“해외선 초청받고 초대전을 열 정도로 인정받는 작가지만 거제선 전혀 그렇질 못하죠. 기관·단체에서 전혀 관심이 없는 게 가장 아쉽습니다.”

그의 작품은 우편엽서 크기를 10만 원대로 책정하는데 대형은 1000만원에서 억대 단위까지 호가한다. 이들은 국내서도 매우 드문 고가의 작품들인데 정작 가장 가까운 거제시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를 통해 거제가 해외에 홍보되고 있다고 한다. 거제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 학동의 몽돌해변 사진 등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수백 명의 해외 작가들이 거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 국내외 미술계 거장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거제를 찾을 때면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어김없이 “예술하기 좋은 곳”이라며 감탄하고 입소문 낸다고 한다.

그는 갤러리는 없지만 화실을 방문하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업무가 규칙적이지가 않아 꼭 사전에 연락할 것과 작가의 예술관에 어느 정도의 예습은 해두라는 것을 당부했다. 그 정도만 지켜주면 언제든지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을 맺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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