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도 못 뜬 학동케이블카 사업
시행자 지정·실시계획 인가 취소하나?

▲ 거제 학동케이블카 설치 사업 조감도

지지부진한 학동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결국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 취소 절차를 눈앞에 뒀다. 지난 2015년 8월 말 착공식 후 근 2년 가까이 ‘첫 삽’도 못 뜬 채 장기간 표류하다 물 밑으로 가라앉을 처지가 된 셈이다. 마감은 이달 말이다. 벼랑 끝에 선 케이블카 사업이 생채기로 끝날지 기사회생할지 관심거리다.

거제시는 이 사업 인수 의향이 있는 한 기업체와 기존 사업자(거제관광개발)와의 협상이 끝내 무산됨에 따라 거제관광개발(주) 측에 오는 7월 말까지 착공 서류 등을 못 내면 사업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 인가를 모두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6일 보냈다고 밝혔다.

시는 사업 정상화 방안으로 지난 3월 말부터 주도적으로 사업권 등의 양도(讓渡)·양수(讓受) 절차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양측의 견해차로 최근 협의가 물거품이 되자 더는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칼을 빼 든 모양새다.

시에 따르면 코스닥(KOSDAQ)에 상장한 모 중견 기업이 이 사업 인수 의향을 보여 그동안 협의를 해왔는데, 기존 사업자와 인수 금액 및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해당 기업이 지난달 27일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애초 이 기업은 학동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산(토지·사업권)만 사들인 뒤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반면 거제관광개발 측은 주식을 포함해 법인을 통째로 매각하길 바라는 쪽이어서 틈이 컸다.

시 전략사업과 관계자는 “이제 더는 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거제관광개발이 이달 말까지 착공 서류를 내지 않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동안 미뤄둔 사업 관련 취소 절차를 그대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취소 절차에 들어가면 담당 부서에서 청문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을 포함하면 실제 사업자 지정 취소 및 실시계획 인가 취소 시점은 8월 말쯤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사업자 측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이 사업은 지난 2014년 2월 시와 거제관광개발이 실시협약을 맺은 뒤 같은 해 12월 도시관리계획(시설: 궤도시설) 결정(변경) 고시와 2015년 7월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에 이어 같은 해 8월 착공식을 하면서 본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2016년 6월까지 세 차례나 착공 기한이 연장됐고, 그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시행자 취소 등과 관련한 청문도 진행됐다. 이후 거제관광개발 주주 일부는 착공 기한 연장(2017년 1월 말)을 조건으로 주식 처분을 시에 위임하겠다는 민원서류를 냈고, 회사 측도 인허가 취소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그런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시는 지난 2월 말까지 착공 서류 등을 내라고 사업자 측에 사실상 최후 통첩했고, 거제관광개발이 최종적으로 이를 제출하지 못함에 따라 시는 행정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사업자 측에 통보하고 인수 협의를 진행했었다.

한편 학동케이블카 사업은 거제시 동부면 학동고개와 노자산 전망대 구간(1.93km)에 420억 원을 들여 상·하부 승강장 등을 짓고 곤돌라(52대)를 설치·운행하는 게 골자다. 거제관광개발 대표는 전화를 받지 않아 시의 사업자 지정 취소 움직임과 관련한 회사 측 공식 견해를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