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거제장승포 몽돌개를 비롯한 전국 해돋이 명소에서는 새해 첫 일출의 기운을 받으며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저마다의 목표들도 많을 테다. 그러나 무언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지난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한해가 저물어 간만큼 모두에게 돌아보는 소회가 깊다.
새해에 가장 많이 듣는 덕담은 ‘복 많이 받으라’는 것과 ‘건강을 기원 한다’는 등의 말이다. 개중에는 원하는 바를 달성하라는 취지로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인사치례로 하는 덕담이 아니더라도 새해가 되면 누구나 으레 하는 다짐이나 소망이 ‘올해는 건강을 챙기겠다’는 말이다. 이처럼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절대소망이 ‘건강’이 ‘돈’에 밀렸다. 먹고살기 힘든 팍팍한 세상이 되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건강문제보다 중요시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건강보다도 먹고사는 문제를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됐으면 건강보다도 우선순위에 들까하는 아픈 현실이 수긍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서글프다.
팍팍했던 2017년은 긴 언덕길을 오를 때처럼 숨이 가빴던 한해였다.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새해벽두부터 뒤흔든 광화문의 촛불과 함성은 기어이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론으로 치달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역사에 남을 큰일이었는데 서민들에게는 힘든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4분의 1이상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집값은 서민들이 쳐다볼 수 없는 수준으로 뛰었다. 주머니가 빈 서민들은 돈을 쓸 수가 없다. 가게도 식당도 택시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얼어붙은 소비가 경제의 발목을 붙들자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정부가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은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소식에 놀라 얼어붙은 것은 영세 중소상공인이었다. 그들도 주머니가 빈 것은 마찬가지다. 이러다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아무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걱정 없다고 믿으라고 하는데, 서민들은 걱정이 앞서기만 한다. 정부가 신뢰를 잃은 탓이다. 오늘도 서민들은 힘들게 보내고 있다. 손수레를 밀고 끌면서 올라간 언덕에는 석양이 내린다. 잠시 서서 숨을 고르며 지켜본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책추진과 지원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