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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의 재발견 - 거제 해녀

기사승인 2018.08.17  1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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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바당에 울리는 숨비소리 - 거제해녀 이야기

본지는 이 번호부터 지난 2014부터 2015년까지 연재됐던 ‘거제의 재발견’ 코너를 다시 게재합니다.

‘거제의 재발견’이 담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정보나 자료가 아니라 보물처럼 숨어 있는 우리 고장의 얘깃거리입니다.

거제 사람이라면 누구나 ‘솔깃’ 해하고 관심 ‘꺼리’가 될, 그래서 오히려 친근하고 가까워 몰랐던 내 고장 거제의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해 우리 고장의 속살을 하나씩 탐구해 볼 작정입니다.

글 싣는 순서

☞1. 거제 바당에 울리는 숨비소리 - 거제해녀 이야기
   2. 출가해녀 그리고 거제 바다 - 거제해녀의 역사
   3. 거제도 인어할망과 인어아가씨 -거제 해녀의 삶(체험 수기)
   4. 거제해녀 단체 탐방 - 거제해녀컴퍼니·거제해녀학교
   5. 거제가 품어야 할 테확과 자맥질 - 거제 해녀의 현실과 미래

 

거제 바당에 울리는 숨비소리 - 거제해녀 이야기

거제지역에는 현재 220여 명의 ‘물질’ 전문가, 행정법상 ‘나잠어업인’이 존재한다. 이들은 한 때 제주도에서 비바리, 잠녀라 불렸고 지금은 ‘해녀’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바다 위에 ‘테왁’ 하나만 덩그러니 띄워놓고 비창 한 자루를 챙겨 들면 해녀들의 해전(海戰)이 시작된다.

자맥질 후 소라, 전복, 미역, 톳, 문어 등 각종 전리품을 수거하고 나서야 그들 특유의 승전보가 울린다. ‘호오이~’ 휘파람을 닮은 숨비소리다.

해녀에게 바다는 가족의 생계가 달린 생명줄이다. 그리고 미래의 희망인 동시에 목숨을 건 현장이고 싸움터다.

거제 바다에도 해녀의 숨비소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주로 수심 10m 정도의 해안에서 산소공급장치 없이 각 종 해산물을 채취하고, 가끔 작살로 물고기를 잡기도 하는 거제해녀의 일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지금도 드넓은 바다의 운명함께 하며 살아가는 거제 해녀의 이야기는 100여 년 전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다.

1876년 강화도조약과 1883년 조일통상장정으로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일본인의 조업이 가능해지고 일본인 잠수기업자들이 진출하면서부터다.

이전에도 제주 해녀들의 육지 진출인 이른바 ‘바깥물질’의 기록이 있지만 본격적인 출가해녀가 탄생한 배경은 일본인 잠수기업자들의 진출로 인한 제주지역 어장의 황폐화와 일본의 군수산업의 원료 채집 등에 내몰린 경우가 더 많았다.

당시 일본 해녀인 ‘아마(あま)’의 경상남도 진출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해녀들의 노동력과 비교했을 때 실력이 많이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장비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오로지 순수한 인간의 능력으로 바닷속을 작업장 삼아 생계를 이어가는 해녀문화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다.

당시 해녀들은 거제를 비롯한 경상도 해안, 독도, 블라디보스토크, 대련, 오사카, 청도, 도쿄
까지 출가(出家)해 짧게는 한 달, 많게는 여러 달을 머물며 물질을 하고 노임을 받았다.

이 시기부터 수산업법이 정비돼 마을어업권이 거주자의 권리로 강화되는 1970년대까지 제주해녀의 ‘바깥물질’로 거제지역에 정착한 해녀들이 현재 거제해녀의 맥을 잇고 있다.

그래서 제주해녀와 거제해녀의 문화는 큰 차이가 없다. 해녀의 도구, 전문용어, 생활용어 등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바다가 멀건 가깝건 어느 곳에서도 혼자만 물질하는 해녀는 없다. 거제지역의 해녀는 작게는 서 너 명, 많게는 10여 명까지 공동 채취 작업을 한다.

해녀들은 오랜 시간 동안 독특한 정체성과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바다환경을 지키고 이어오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동체와 경험을 교과서로 쌓아 올린 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이어 지난해 5월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에 등록됐다.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전국의 해녀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곳곳에서 해녀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원조 해녀인 ‘제주 해녀’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거제 해녀’의 활약상은 각 언론사와 방송국의 작가들의 단골 메뉴다.

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과 국가무형문화재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우리나라 해녀의 수는 고령화, 지구온난화, 어촌 자원의 고갈, 어려운 작업 환경 등의 이유로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거제 해녀’만큼은 다르다.

거제 해녀들은 그들의 전통과 맥을 잇기 위해 지난 2015년 4월 거제해녀협동조합(www.hesu.co.kr)을 창립하고 해녀와 해녀프로그램 강사를 양성하는 ‘거제해녀아카데미’ 과정을 무료로 개설했다.

거제해녀아카데미는 제주도에 이어 처음으로 만든 해녀 양성 전문 교육과정으로 수강생들의 인기는 제주도보다 뜨겁다.

같은 섬이지만 비행기를 타는 등 이동이 불편한 제주도에 비해 육로를 통해 접근이 쉬운 탓에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수강생들이 거제를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거제해녀 아카데미는 행정의 도움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제주도와 달리 거제지역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해녀들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어서 앞으로 행정의 지원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 최고의 해녀사관학교로 발전할 전망이 크다.

또 해녀문화예술컴퍼니와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는 해녀아카데미와 함께 해녀 문화 체험 기회를 마련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녀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거제해녀는 100년 전 바다 건너온 해녀문화를 그들의 삶은 나잠술과 어로에 관한 민속지식, 노래, 작업 도구와 옷, 공동체 생활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거제 해녀가 자맥질을 통해 건져 올리는 것은 노동의 보상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지켜온 그녀들의 보물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지금부터 거제 해녀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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