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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불편하면 어떻습니까

기사승인 2018.10.27  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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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문석 /한국시인협회회원·거경문학회 회장

서울 서초구에 자리잡고 있는 정토회관에서는 일회용 제품 반입이 안됩니다. 통구시에 화장지도 없습니다.
환경오염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는 곳입니다. 이런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현실입니다. 인간의 의지가 빈약하기 때문이겠지요. 편하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편함이 가져다주는 재앙(災殃)에 대한 성찰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하게 편하다는 것. 마약같은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플라스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원고를 쓰는 컴퓨터와 자판기도 플라스틱입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 대부분이 플라스틱입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 폴리스티렌, 폴리우레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아크릴니트릴 부다티엔 스티렌(ABS), 페놀 수지, 나일론,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따위입니다.

뭍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무심하게 버려진 이 플라스틱군(群)은 서서히 생명세계를 침범하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생물도 엄청납니다. 사람도 이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참혹한 현실을 깊이 관찰해야 합니다. 좀 불편하면 어떻습니까. 아귀, 참치 뱃속 플라스틱은 어디서 왔겠습니까. 플라스틱 입자가 알게 모르게 우리 몸으로 스며든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들 의식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플라스틱의 경이로움을 찬양하던 과학자들도 위선적인 이 물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 플라스틱은 19세기 중반부터 플라스틱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합니다. 상아와 같은 희소한 자연물질을 대체하기 위해 식물에서 새롭고, 다루기 쉬운 중합성(重合性) 물질들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1907년이라고도 합니다. 리오 베이클랜드(1863-1944.2.23)가 최초로 인조 중합체 베이클라이트(Bakelite)를 만든 게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시대 기점을 1941년 진주만 공격으로 잡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공격으로 미군이 금속인 알루미늄이나 놋쇠보다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은 중합체 화학을 실험실에서 실제 세계로 끌어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스틱(폴리에틸렌, 나일론 ,아크릴, 스티로폼 따위) 대부분이 2차대전 때 행군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플라스틱은 유영(流泳)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랐습니다. 우리네 일상 어느 한곳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전통 물질을 하나씩 밀쳐내며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습니다. 자동차, 옷,장난감, 일터, 몸에도 침범하고 있습니다. 철을 대체하고, 가구에서도 나무를 몰아냈습니다. 플라스틱은 현대 생활의 뼈, 조직, 피부가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세상은 석유화학업계와 불가분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1930년대 초 영국화학자들이 에틸렌가스로 폴리에틸렌이란 중합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지금 포장재로 널리 쓰입니다. 다른 부산물인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요구르트병, 전자레인지용 접시, 일회용 기저귀, 자동차 따위에 쓰여집니다. 아크릴로니트릴은 아크릴 섬유 원료가 됩니다. 인조 화합물의 세계를 상징하는 인조잔디 아스트로터프 재료로 사용됩니다. 플라스틱이 석유산업의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정유업체가 플라스틱빌을 계속 확장하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의 폐해나 환경문제는 도외시했습니다. 플라스틱이 적은 비용으로 생할에 있어서 편리함을 도모(圖謀)한다는 것 밖에. 이로부터 파생된 것은 중독이라는 것입니다. 편리함, 안락함, 안전함, 안전성, 재미와 가벼움에 알게 모르게 중독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중독도 초기 증상이 아닌 중증이라는 사실 앞에 우리는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1940년에 전세계 연간 소비량이 제로였던 것이 2013년 현재 2600억kg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이 처음 출현했을 때는 과학자들이 달성한 연금술의 위업에 넋을 놓았을 것입니다. 경이로운 세상이라고 했겠지요. 둔탁하고 무거운 것에 익숙한 삶에서 플라스틱의 등장에 천지가 개벽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겠지요.

미국의 어느 여론 조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단어 순서를 매겼다고 합니다. 1위는 어머니, 2위는 추억(memory), 3위가 셀로판(cellophane)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출현으로 대량 소비시대도 같이 들어닥쳤습니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물질 가운데 이렇게 부정적이며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노먼 메일러(1923.1.13.-2007.11.10.·소설가)는 플라스틱을 "우주에 플려난 사악한 기운이며 사회의 암"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플라스틱이 가가져다 줄 재앙을 익히 들었습니다. 귓전으로 흘려듣고 지나쳤을 뿐입니다. 무개념적이었습니다. 그냥 쓰고 버리면 되는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쓰레기 대란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야단법석입니다. 이게 일회용으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수수께끼입니다. 어떻게 풀 것입니까. 이 침범자는 인간에게 융단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나봅니다. 원시적인 얘기라고 치부(置簿)하겠지만. 60년대엔 시골 마을에서 명절이 되어야만 돼지 한 마리 잡아 골고루 나눠먹던 시절이었습니다. 공기도 맑고 산천도 깨끗했습니다. 청량감이 돌던 세월이었습니다. 빈자(貧者)의 세월은 인정도 아름다웠습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먹방이 대세입니다. 그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무서운 탐욕을 간과한 채로. 탐욕의 끝은 인류의 멸종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유발 하라리(1976-)가 석기시대는 한 사람이 음식 주거 따위를 위해 쓰는 에너지 총량은 4000 칼로리였다고 했습니다. 현대인들은 22만 칼로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자동차, TV, 스마트폰과 같은 과거에 없던 소비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보다 지구 자원을 57배나 많이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인간 개체 수도 2500년 전과 비교해 80배가 늘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 양도 대략 4560배나 된다고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은 다른 생물종까지 절멸시키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척추동물은 종별로 평균 58%씩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 스스로 멸종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스티븐 호킹(1942-2018)은 길게는 100년, 짧게는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간은 지구에서 더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구 역사에서 큰 멸종이 다섯번 있었습니다. 2억5000만 년 전에는 전체 생명 95%가 멸종했습니다. 6500만 년 전 다섯번째 대멸종에선 지구의 주인이던 공룡도 사라졌습니다. 지질학자들은 우리가 6번째 대멸종 초입에 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원인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황폐화와 온실가스 배출이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19세기에 비해 1도 가량 높다고 합니다. 1.6도 더 오르면 지구 생명체가 18% 멸종합니다. 기온이 3.5도 오르면 해수면이 7m 상승합니다. 6도 이상 오르면 인류는 대멸종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은 공장 매연이나 플라스틱빌과 동물(가축류와 야생동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입니다. 양은 한해 7기가t이 넘는다고 합니다. 전체 온실가스의 14%로 전세계 자동차가 뿜어내는 양과 비슷합니다. 가축이 트림이나 방귀로 배출하는 메탄은 열을 가두는 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높습니다. 치명적입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한해 도살되는 닭은 600억 마리, 소 13억 마리, 돼지와 양도 각 10억 마리가 됩니다.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다양한 생물이 사는 것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습니다.

세계 식량기구(FAO)는 온 세계 육류 소비량이 2050년엔 7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얀 잘라시에비치(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중생대 공룡이 그랬듯이 먼 미래엔 현재의 '인류세'를 인간이 아닌 닭의 시대로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때는 플라스틱도 한마디 하겠지요. "썩어서 녹아내리지 않고 여기까지 왔노라"고. 플라스틱을 외면할 수 없다면, 좀 불편하고 좀 덜 먹어도 지금 시작된 인류세(Anthropcene)를 조금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문제는 우리들의 사고를 바꾸는데서 실마리가 풀리겠지요. 미래를 위한. 좀 부족하게 좀 불편하게 살아도.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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