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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손은 약손 – 체했을 때

기사승인 2019.03.12  17: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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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순 /계룡한의원 원장(침구과 전문의 & 한의학 박사)

누구나 한번 쯤은 급하게 먹거나 스트레스 받았을 때 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체한다는 것은 어떤 현상일까. 왜 우리는 체했을 때 손끝을 따게 되고, 등을 두드리는 동작을 하며, 손으로 배를 문질문질하게 되는가. 우리가 어릴 적 배가 아프다고 할 때 엄마가 따뜻한 손으로 “엄마손은 약손이다. 술술 내려라”라고 다정하고도 정성스럽게 우리 배를 문질문질해주던 경험이 있거나 혹시 어디서 본 적이 있는가. 배가 아프거나 체했을 때 트림을 시원하게 “끄억~” 하거나 대변을 시원하게 보고 나면 금세 괜찮아졌던 경험 또한 있지 않은가. 우리가 그 이유를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무심코 혹은 경험상 했던 행동들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지혜로웠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소화되는 과정은 자율신경계라는 총괄지휘자 아래 물리적인 과정과 화학적인 과정이 맞물려서 이뤄지는 한편의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본다.

입에서 저작하는 활동을 포함하여 입에서 식도로, 식도에서 위(stomach)로,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십이지장에서 소장으로, 소장에서 대장으로, 대장에서 직장으로, 직장에서 항문으로 순차적으로 내려가는 연동운동이 물리적인 과정이다. 즉 입에서 항문까지 쭉쭉 잘 내려가는 과정이 물리적인 과정이며 쭉쭉 잘 안 내려가고 명치 또는 배꼽 주변에서 멈추면 우리는 이것을 “체했다”라고 표현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명치 쪽에서 막히게 되는데 그 명치 부분이 식도의 하부 및 위(stomach)와 십이지장이 위치하는 곳과 거의 일치하게 된다.

입안에서 분비되는 침, 위(stomach)에서 분비되는 위액, 담낭에서 분비되는 담즙, 이자(췌장)에서 분비되는 이자액에는 아밀레스를 비롯하여 펩신, 위산, 트립신, 라이페이스 등의 소화효가 있다. 이와 같은 소화효소들은 각각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지방을 지방산으로, 큰 분자를 작은 분자로 분해하여 혈관 속으로 잘 흡수되도록 잘게잘게 분해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바로 이러한 화학적인 소화과정이며, 우리가 흔히 먹게 되는 소화제의 주된 작용이 소화효소와 같은 작용이라고 본다.

쭉쭉 잘 내려가게 해주는 물리적인 과정과 잘게잘게 분해해주는 화학적인 과정을 총괄 지휘하는 시스템은 따로 있다. 바로 그것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라고 하는 자율신경계이다. 교감신경계는 위급하고 다급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하여 가동되는 응급체계로서 우리 몸을 바짝 긴장시키고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 깜깜한 산중에서 호랑이를 만났다고 해보자. 그 상황에서 우리 몸은 어떠한가. 극도의 공포감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바짝 긴장되지 아니한가.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온 몸의 근육은 조그만한 부스럭 소리에도 바로 도망갈 수 있도록 긴장되어있지 않은가. 호랑이가 언제 나를 덮치고 잡아먹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소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소화라는 작용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언제라도 바로 도망갈 수 있게 내 몸이 변하지 않겠는가.

부교감신경계는 이와 반대로 우리 몸이 편안하고 평화로울 때 가동되는 체계이다. 우리가 항상 긴장만 하고 살 수 없지 않은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산책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럴 때에는 왠지 소화도 잘 되는 것 같고 나른하게 잠도 슬슬 오지 않은가. 우리 몸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부교감 신경이 교감신경보다 우위에 있다고 한다. 즉 소화가 잘되고 몸이 편안한 상태로 유지를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거나 위급한 상황, 긴장하는 상황이 되면 교감신경이 더 우위에 있게 되면서 소화기능이 확연하게 떨어지게 되며, 그 현상이 위중하게 되면 “체했다”라고 표현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을 생각해볼 때 우리가 무심코 또는 경험적으로 했던 행동들을 분석해보자. “엄마 손은 약손이다. 술술 내려라”라고 부르며 따뜻한 손으로 배를 문질렀었다. 이 과정은 쭉쭉 내려가지 않고 명치 쪽에서 위장 운동이 멈춰있는 것을 외부에서 도와주는 동작인 것이다. 나 스스로 연동운동이 잘 안되는 현상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물리적인 운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때 차가운 손보다는 따뜻한 손이 훨씬 부교감신경 작용을 편안하게 도와주며 따뜻한 핫팩이나 돌뜸 쑥뜸을 복부에 올려주는 것 또한 상당한 효과를 주게 된다. 그래서 한의원에서는 중완혈(윗배)과 관원혈(아랫배)에 뜸을 올려서 복부 순환을 도와주고 있다.

등을 두드리는 동작은 어떠한가. 분명 체했거나 배가 아픈 것은 우리 몸 앞쪽에 해당하는 상황인데 엉뚱하게도 우리 몸 뒤쪽에 해당하는 등을 두드리고 있다. 그 해답이 바로 자율신경계이다. 소화과정을 총 지휘하는 자율신경계가 바로 등 쪽 척추에서 뻗어나와서 우리 몸 곳곳에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소화가 오랫동안 잘 안되는 분들이 등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율신경계가 편안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등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한의원에서는 등쪽 경락(족태양방광경, 족소양담경, 독맥)을 소통시키기 위해서 침 또는 뜸, 부항 시술을 하고 있다.

손 끝을 따는 동작(사혈)은 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리가 체했거나 배가 아플 때에는 우리 몸의 온 신경과 호르몬, 혈액흐름이 체한 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위장 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렇기 문에 체했을 때 우리 몸의 제일 끝에 해당되는 손끝, 발끝, 귓불이 싸늘해지는 것이다. 거꾸로 손끝 발끝을 사혈하게 되면 위장 쪽으로 쏠려있던 신경과 호르몬 및 혈액 흐름이 사지말단, 전신으로 재배치되면서 순환이 되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소화제를 먹는다는 것은 주로 화학적인 반응을 도와준다. 소화효소가 적절하게 분비되지 않는 상황 또는 과도하게 위산이 분비되고 있는 상황들을 조절해주어서 음식물이 잘게 잘게 분해되도록 돕게 된다. 부가적으로 소화제가 간 해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소화작용을 도우면서 간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주 후에 소화제를 먹고 자게 되면 간 해독이 빨라서 다음날 숙취가 덜하거나 없게 된다.

물리적인 반응과 화학적인 반응에 의하여 막혀있던 위장이 살살 풀리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우리는 위로는 트림이, 아래로는 방귀 또는 대변을 보게 되고 그 이후에 완전히 해결이 된다. 막힌 변기가 쫙~! 하고 내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진료를 하다보면 “소화가 안되면서 트림이 자꾸 나와요,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요, 방귀를 끼지만 냄새가 지독해요.”라는 호소를 자주 듣게 된다. 이 과정은 물리적인 소화, 화학적인 소화가 아직 미숙한 단계에 속하며 그 증상에 맞는 위장약을 한의원에서 처방받아서 도움받기를 권장한다. 한의원에서는 일반소화제 뿐만 아니라 보험약인 향사평위산, 반하사심탕, 불환금정기산, 곽향정기산, 보중익기탕 등등 그 증상에 맞는 약이 구비되어 있으니 각 증상과 체질에 맞는 처방을 받기를 권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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