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거제 대표 관광지가 된 미완의 ‘철옹성’

기사승인 2019.05.31  16:52:39

공유
default_news_ad1

- 17년, 자연과 맞선 인간 승리 - 매미성주 백순삼, 성은 내가 쌓았지만 나머지는 주민과 관광객의 것

우리 신문이 지난 2011년(새거제신문 565호) 백순삼 씨와 인연을 맺고 언론 최초로 ‘매미성’을 보도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당시만 해도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았던 매미성은 어느덧 거제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장해 매년 30만이 넘게 다녀가는 거제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지난 25일 ‘자연에 맞선 인간의 위대한 승리’를 일궈 낸 매미성주 백순삼(이하 성주) 씨를 만나 그간 못 다한 매미성의 이야기를 나눴다.

17년, 자연과 맞선 인간 승리 - 매미성주 백순삼

보통 성(城)이라 함은 외침을 막기 위한 방어용 건물을 말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거제지역에 만들어진 24개의 성은 오랜 세월 그 역할을 다 한 뒤 지금은 ‘문화재’라는 이름표를 달고 ‘개점휴업’ 상태다.

하지만 아직도 기능을 잃지 않고 오히려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는 성이 있다. 거제 지역에 25째 만들어진 성이자 현존하는 20째 성인 ‘매미성(성주 백순삼)’이다.

장목면 시방리 복항 마을 앞바다를 지키는 매미성은 지난 2003년부터 성주가 쌓기 시작했다. 14호 태풍 매미(2003년 태풍 9월 12일)로 인해 평소 600여 평 밭에 소중히 기르던 농작물이 한 순간 쓸려가면서 부터다.

지난 17년 동안 인간승리를 보여준 매미성주 '백순삼' 씨는 요즘도 매주말마다 매미성을 쌓아 올리고 있다.

당시 성주는 여러 전문가에 흘러내린 경사면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했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는 의견, 혹은 만들어봤자 자연재해 앞엔 별도리가 없다고 조언했다. 자연재해에 앞에 ‘장사(壯士)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주는 자연에 순응하는 방법보단 자연에 맞서는 방법을 선택했다. 당시 조선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성주는 다시는 자연재해 앞에 허무한 ‘패장’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벽돌을 나르기 시작했다.

태풍으로 흘러내린 벽면을 다음 태풍이 올 때까지 더 단단히 보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탓에 눈대중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다 문득 이왕 만드는 김에 마을 바닷가 앞에 아름다운 성 하나쯤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계단과 조경을 곁들이면서 점점 성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성주는 도면 한 장 없이 성벽을 올리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던 터라 성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 일몰 전과 주말 틈나는 시간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퇴직과 함께 주거지를 부산지역으로 옮긴 뒤부턴 주말밖에 허락되지 않아 성을 쌓는 시간은 더 더뎌졌다.

애초 성주가 계획했던 ‘매미성’은 이미 몇 년 전 마무리된 상태다. 16년 동안 어떤 강한 태풍에도 흠집 하나 낼 수 없는 ‘철옹성’을 만들어 냈으니, 성을 쌓은 목적은 초과 달성이나 마찬가지다.
성이 완성된 후엔 인근에 작은 집 하나 짓고 노후를 지내겠노라는 계획도 지금은 반쯤 포기한 상태다. 나이가 있다 보니 병원 신세를 질 일이 많아져 병원 다니기 불편한 전원생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단다.

매미성의 현재 축성 구간, 성주는 "매미성은 내가 만들었지만 경치는 관광객의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쌓는 성은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닌 매미성을 찾아주는 관광객을 위해서란다. 자신이 쌓은 성을 찾아주는 관광객들이 있어서, 또 사람이 역경을 이겨내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교훈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매미성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그리고 성을 쌓는 데 있어 1등 공신은 지난 17년 동안 성을 쌓느라 소소한 나들이 한 번 함께 하지 못한 아내라고 말했다. 아내의 인내심이 없었다면 애초 시작조차 못했을 일이었다는 것이다.

성은 내가 쌓았지만 나머지는 주민과 관광객의 것

지금도 성주는 주말이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부산에서 거제로 가는 2000번 좌석버스(둘째 버스)에 몸을 싣는다. 오전 7시쯤 작업을 시작해 오후 2시쯤이면 작업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수고로움을 5년째 반복하고 있다.

혼자서 쌓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8년 전이나 지금의 매미성이나 외형적으로 크게 변한 게 없단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과 매미성이 닮았다며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성주 한 사람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유럽풍의 성에 관심을 갖고 오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다만 매미성의 예전에 비해 달라진 위상만큼은 마을 입구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해 매미성이 위치한 복항 마을 주변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어서다.

2011년부터 매년 수차례씩 방송사에 소개되고 있는 매미성은 지난 2017년 가수 김건모 씨가 다녀간 뒤부터는 거제지역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최근에는 인근 한화리조트와 이수도를 찾는 관광객까지 늘어나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됐다.

지난해부터 매미성 입구엔 관광객 데이터 수집용 개수기가 설치됐고, 마을 입구에는 매미성을 안내하는 안내판과 전용 주차장을, 마을 내부엔 관광객 상대로 한 음식점과 카페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청소하는 요원까지 따로 배치했을 정도다.

거제지역 유명 관광지 대부분이 입장료가 있거나 접근성이 아쉬운 곳이 많은데, 매미성은 부산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관광지라는 이점 때문에 매년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단다. 최근에는 웨딩촬영이나 영화촬영지에 대한 문의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주는 매미성을 이용한 수익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 매미성은 자신의 것이지만 그 외 모든 것은 마을 주민과 관광객의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많은 분들이 찾는 것만으로도 성을 쌓는 보람을 느끼고 있고,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매미성을 쌓는 게 찾아오는 분들을 위한 예의라는 것이다.

다만 관광객 안전을 위한 경관 조명 등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늦은 시간까지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제대로 된 조명시설이 없어 관광객 안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자의 눈에도 찾는 관광객에 비해 제대로 된 화장실이나 개수대 등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또 최근 거제시가 임시로 안전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오히려 매미성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관광객의 안전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고, 이수도와 거가대교를 보는 전망이 수려한데 비해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 시설이 없다는 것도 아쉬웠다.

매미성이 있는 장목면 시방리 복항마을 입구에는 매미성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안내판과 전용 주차장이 있다.

최근 매미성엔 매알포(매미성 잘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관광객이 많단다. 가수 김건모 씨가 찾아와 성주의 허락으로 쌓고 싸인 한 벽돌, 태풍 매미 때 파도에 밀려온 두꺼비 바위, 거가대교와 이수도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 등이 최근 매미성을 찾는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매알포’다.

매미성주 백순삼 씨는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인 34년을 함께한 거제는 나를 다시 태어나 게 만든 제2의 고향”이라며 “원래 목표했던 매미성은 이미 완성됐을지 모르지만, 성을 계속 쌓아가는 이유는 거제와 매미성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태풍매미 때 반으로 쪼개져 밀려온 일명 '두꺼비 바위'
지난 2017년 가수 김건모가 직접 쌓고 싸인한 성벽돌
요즘 매미성이 있는 장목면 시방리 복항 마을에는 전에 없던 카페 골목이 생겨나고 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