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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용을 위해 빵을 팔아야 할 때

기사승인 2019.09.20  18: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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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연칠백리 신종만 총괄부장

지난 5일 사회적 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거제지역에 첫 사회적 기업이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용접복과 장갑 등 조선 소모품 제작 사업체인 연연칠백리(주)(대표 유원관)다.

연연칠백리는 고용노동부의 2019년 제4차 사회적 기업 인증 심사에서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거제지역에 (예비) 사회적 기업이 선정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예비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기업으로까지 성장한 예가 없었기에 연연칠백리의 사회적 기업 전환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거제지역 첫 사회적 기업 탄생 배경에는 거제시의 지원이나 지역사회의 도움이 있었던 게 아니라 “이제 거제에서도 빵(수익)을 위해 빵을 만들고 팔게 아니라 일자리를 위해 빵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친 한 연연칠백리 신종만 총괄부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 육성, 거제시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먼저

신 총괄부장이 고향땅 거제를 다시 밟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30여 년 간 통영, 부산, 경기, 충청 등 타향살이를 하고 난 뒤였다. 어릴 때부터 장애를 겪어온 신 총괄부장은 거제에서의 유년시절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늘 ‘편견’과 ‘사회적 제도’ 맞서야 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시계수리점 점원이나 양복점 점원 정도가 전부였지만 상업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신 총괄부장은 운 좋게도 세무․회계 계통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 요구르트 세무회계담당, 대기 섬유, ㈜제로 화학, 일신 그룹 등에서 세무․회계 총괄이사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다 청년 사회적 기업인 ㈜지웰코리아에서 근무 하면서 신 총괄부장은 무작정 고향으로 내려간다. 이 회사에서 사회적 기업의 성장과정을 경험하면서 고향 거제에 사회적 기업이 꼭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 총괄부장이 고향에 와서 처음으로 찾은 곳은 거제시지체장애인협회였다. 당시 협회에서 장애인들이 모아 조선 소모품을 생산하는 일을 한다고 소문을 듣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 찾아갔던 것이었다. 하지만 신 총괄부장은 당시 장애인 근로인식 수준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좌절하고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거제시청 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인 연연칠백와 인연이 닿게 됐다. 그해 8월부터 연연칠백리에 입사한 신 총괄부장은 거제지역 첫 사회적 기업 인증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에 이른다.

연연칠백리는 같은 해 9월 일자리 창출사업 참여기업 선정에 이어 12월에는 거제지역 최초의 장애인 표준사업장까지 인증 받고, 이후 (예비) 사회적 기업 1.2차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사업 신청으로 5명의 장애인을 추가 채용했다. 또 사업개발비를 지원받아 자사 제품을 브랜드화하고 상표를 출원·등록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신 총괄부장은 연연칠백리가 (예비) 사회적 기업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는 3년 동안 매주 1~2회 이상 시청 문턱을 넘었다고 한다.

이미 사회적 기업의 성장과정을 한 차례 경험했었어도, 이전의 경험은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전혀 다른 개념이어서 처음부터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신 총괄부장은 당시 일자리 지원담당 이었던 조정희 씨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사회적 기업 전환을 준비할 수 있었다며 꼭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거제지역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및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은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고 한다.

도내 예비 사회적 기업 또는 인증기업이 250여 개나 있는데 거제지역에선 이제 겨우 하나가 생겼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사업에 시가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특히 거제지역의 조선 산업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매년 수백억씩 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에도 각 기업들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충족하지 못해 벌과금 또는 과징금을 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거제지역에 1만 800여 명의 장애우가 있음에도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힘든 상태며,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쓰면 그나마 이들의 고용도 해결되고 기업의 과징금도 해결되는데 답답하기만 하단다.

현재 거제지역의 용접복과 장갑 등 조선 소모품 제작 사업 시장 규모는 380억 정도 인데 거제지역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고작 8억 정도에 머물고 있는 상태란다.

최근 시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 공동체지원센터 운영하고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홍보 전시대를 설치해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이 거제시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신 총괄부장은 그에 앞서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 거제시가 타지자체처럼 사회적 기업 지원 조례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전문 지식 및 관련 법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했다.

특히 무작정 사회적 기업을 선정하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 전환 가능성이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을 선정하고 업무 분류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적잖은 (예비)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기업 전환보다는 사회적 기업 인증 후 정부로부터 경영컨설팅과 전문 인력 인건비, 교육 등을 지원받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50% 감면 등 눈앞의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목적으로 사업을 신청했다가 지원 기간이 만료되면 관련 사업을 아예 하지 않는 악용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신종만 연연칠백리 총괄부장은 “거제에서 첫 사회적 기업이 탄생한 만큼 앞으로 거제지역 사회적 기업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더 좋은 사회적 기업의 인프라, 시스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미력하게 남아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 거제지역에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져 사회적 기업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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