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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생각하다 ①

기사승인 2021.01.04  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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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연재] 고영주 /(전) 거제지역자활센터 실장

필자인 고영주는 해성고와 고려대를 졸업, 경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거제지역자활센터 실장과 거제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실무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1. 들어가며(이 글을 쓰는 이유)

2020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기본소득(Basic Income)’이 떠올랐습니다.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이나 연구자들을 제외한 일반 국민에게 ‘기본소득’이 각인된 것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사들의 기본소득 지지 발언과 기본소득에 대한 스위스의 국민투표, 핀란드에서 실시된 기본소득실험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무엇보다도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과 그것을 둘러싼 논쟁과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비단 코로나가 아닐지라도 ‘불안정한 고용’, ‘낮은 경제성장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소득격차의 확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위험’ 등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두려움을 심어주고, 시쳇말로 ‘느낌이 쎄하다’는 판단을 하게 합니다. 한 번쯤 기본소득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이유가 되겠지요.(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배경과 전망은 <3.기본소득>에서 논의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평등, 불공정과 관련한 문제에 대하여 세계 어떤 나라의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의와 공정, 평등에 관한 열망이 높다고들 말합니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왜 기본소득을 주장하나?’, ‘왜 하필이면 기본소득이냐?’, ‘기본소득이란 게 대체 무엇이냐?’ 등의 물음을 던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기본소득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고, 그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역시 성가신 일이며, 어떤 경우에는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글들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아이디어는 제법 오래되었고, 기본소득 아이디어의 기원은 주로 인간사회의 불평등과 빈곤, 인간의 존엄, 정의 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제출되어온 시대적 상황과 배경, 주장했던 내용들이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리하여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 정의도 명확하게 합의된 것은 없어 보입니다. 어떤 곳에 서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주장은 기본소득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합니다. 기본소득은 이념적 지향으로는 좌파에서 우파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의 기본소득 옹호론자들 역시 서로 다른 철학적 기반과 지향, 현실 인식의 토대 위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하나의 단일한 주장이 아니며, 다양한 세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크게는 좌파적 입장과 중간적 입장, 우파적 입장으로 나누어 볼 수는 있지만,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이러한 차이점에 기초하여 2020년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전부터 진행된 논란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윤리적 정당성, 정치적 실현 가능성, 재정적 실현 가능성, 기존 복지제도와의 양립 가능성 등의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에 관하여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는 대체로 제공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에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며, 어떤 현실적 근거와 어떤 철학적 기반에서 얘기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공유해보자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첫 번째 이유입니다.

석학이라고 칭해지는 많은 사람들이 COVID-19 팬데믹 상황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코로나를 기후변화, 생태환경과 연관 짓는 것은 공통된 논지로 보이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의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예견하며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뭔가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상들이었지요. 저는 인간사회의 전개 과정에 있어 우연이나 자연법칙보다는 ‘인간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석학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큰 변화가 온다면 거기에는 큰 선택이 동반되어야 하며, 선택을 위한 준비는 필수적이라 여깁니다.

큰 변화와 큰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근본적인 질문도 던져봐야 하고, 기존의 사회적 통념도 재고해봐야만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인간사회의 불평등은 당연한 것인가?’,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 등의 조금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며, 이와 함께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공하는 시사점들을 눈여겨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와 그것의 실현 가능성, 도덕적 원칙으로서의 평등과 평등에 기반한 자유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의 미래, 특히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보는 관점이야 다양하지만 기존의 통념을 거스르는 생각과 행위가 인간 삶을 바꾸어 온 역사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중요해 보입니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는데 일과 임금노동, 여가, 산업사회 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그러합니다. 제가 보기에 기본소득은 ‘통념에 대한 도전’입니다. 하지만 ‘통념에 대한 도전’에 직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불평등에 관련한 몇 가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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