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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무엇인가 ⑮

기사승인 2021.03.12  09: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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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연재] 고영주 /(전) 거제지역자활센터 실장

3. 기본소득

4)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①

○ 기본소득의 다섯 가지 원칙

다음은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세계적 조직인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BIEN)’가 내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정의입니다.

‘기본소득은 자산조사 또는 일에 대한 요구 없이, 무조건 개별적으로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하는 현금지급이다. (A Basic Income is a periodic cash payment unconditionally delivered to all on an individual basis, without means-test or work requirement.)’ - BIEN, 2020

또 ‘BIEN’은 이 기본소득의 정의를 5가지로 분류하여 특성 또는 원칙으로 간주합니다. ① 주기성(periodic), ② 현금성(cash payment), ③ 개별성(individual), ④ 보편성(universal), ⑤ 무조건성(unconditional)이 그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기본소득은 일생에 걸쳐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작은 발판,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받침대 하나를 제공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본래 의도는 ‘풍요’를 보장하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경제의 보장’에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다섯 가지 원칙을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이렇습니다.

① ‘주기성(periodic)’은 매월이든, 매분기이든, 매년이든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것은 소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처럼, 지출은 규칙적인데 수입은 늘 불규칙해서 스트레스를 겪어본 사람들은 매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즉 주기성을 갖는다는 것은 ‘규칙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예측 가능성은 기본적인 경제 보장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② ‘현금성(cash payment)’의 원칙은 ‘현물 지급’과 견주어질 내용입니다. ‘현금 지급’과 ‘현물 지급’은 각각 장•단점이 있고, 공교육제도처럼 반드시 현물로 지급되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금 지급은 선택권이라는 자유와 권리를 줍니다.

예컨대, 배가 고픈 사람에게 10만원 상당의 쌀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현금 10만원을 그냥 주는 것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10만원으로 쌀도 사고 반찬도 사고, 부탄가스 한 통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 얘기하면 개인의 ‘욕구(needs)’와 ‘필요’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요.

③ ‘개별성(individual)’은 가족 단위가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에게 지급하자는 것입니다. 또 1인 가구이든 2인 가구이든 가구 구성의 특정 유형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든 집단이든 구성원 하나 하나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바탕도 있고, 내부 권력자의 횡포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것은 소득 분배의 평등을 확보하자는 차원입니다. 이를테면 가족단위로 지급되는 경우 가부장적인 가정이라면 가장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동의조차 없이 소득을 혼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일 어려운 것이 ④ 보편성(universal)과 ⑤ 무조건성(unconditional)입니다. 또 이 두 가지는 개념상 중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④ 보편성(universal)은 사회 또는 국가의 구성원 모두에게 차별과 역차별 없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래서 BIEN의 기본소득(Basic Income, BI)은 종종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라고도 불립니다.

보편(普遍)의 기본의미가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공통되는 것’을 뜻하듯이,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편성의 원칙 역시 평등을 기반으로 한 개념입니다.

보편성의 원칙은 어떤 특정한 범주에만 속하는 집단(예컨대 노인, 아동, 군인, 영세자영업자 등)에만 한정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런데 2020년과 2021년의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보편’과 ‘선별’은 사회복지에서도 늘 논쟁거리가 됩니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였지요.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사람과 세상이 이분법의 틀 안에 있지 않은 것처럼, 사회복지의 논리이든 경제 논리로 바라보든 ‘보편’과 ‘선별’ 역시 협소한 이분법의 틀 안에만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⑤ ‘무조건성(unconditional)’은 주로 두 가지와 연결됩니다. 하나는 ‘자산 조사(means test)’ 없이, 다른 하나는 ‘노동’을 하든 하지 않든 관계없이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소득과 자산의 조사’입니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시스템은 수급권자로 하여금 수치심과 모욕감, 낙인을 안겨줍니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증명해야 하는 일만큼 참담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노동 여부’를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 역시 기본소득의 원칙이면서 논쟁의 대상입니다. 일하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이어도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동 연계 복지 프로그램인 ‘자활사업’이나 ‘근로장려금제도’ 등과는 다른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화력을 집중하는 지점 가운데 하나가 이 ‘무조건성’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과거 농경시대의 생존 환경과 관련이 있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사도 바울의 말에 기대고 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릴 분들을 위해 일단,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놓겠습니다. (‘무조건성’은 매우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이므로 이 ‘기획연재’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얘기를 평생 생산적인 노동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부와 권력을 소유했던, 소유하고 있는 진짜 무임승차자들에게 말해본 적이 있는가?

2. 세상의 다수가 일자리를 찾을 수 없거나, ‘노동 유연성’이라는 미명하에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말할 수 있나?

○ 기본소득의 위치는 어디인가

기본소득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해보기 전에 우선 간략하게 사회보장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복지국가라고 하면 세 가지, 즉 ① 공공부조, ② 사회보험, ③ 사회수당 및 사회서비스를 모두 갖춘 나라를 일컫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역사가 모두 다릅니다. 이 세 가지는 저의 주관을 배제한 채, 매우 단순하게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① 공공부조는 국가가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을 말합니다. 사회복지학 교과서에는 1601년의 엘리자베스 빈민법(貧民法, The Poor Law)을 효시로 꼽습니다. ‘자선’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법을 통해 구빈(救貧)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우리나라는 과거의 ‘생활보호법’과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에 해당합니다.

② 사회보험은 19세기에 등장한 것으로 가난한 노동자들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빈곤과 실업, 산업재해로부터 금융기법을 도입해 위험에 대비하고자 한 것입니다. 기금은 가입자의 ‘기여(보험금 납부)’에 의존하며, 기여한 사람(보험금을 납부한 사람)만이 혜택을 받습니다. 노동자들의 봉기를 두려워했던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이를 국가제도화 했지만, 벨기에와 스웨덴의 경우는 아직도 실업기금을 노동조합에서 관리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보험,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이 이에 해당하는 사회보험입니다.

③ 사회수당 및 사회서비스는 20세기에 등장하였습니다. 산업사회에서 공공부조와 사회보험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소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도입한 제도입니다. 이때의 사각지대란 주로 노동시장의 기능부전 때문에 생긴 빈 곳들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말합니다. 사회수당에는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이 있고, 사회서비스는 복지, 보건 의료, 교육, 고용, 문화 등의 분야에서 제공하는 비금전적 지원(현물 급여)을 말합니다.

간단하게 다시 요약하면, ‘공공부조’와 ‘사회수당 및 사회서비스’는 국가가 해당 범주에 속한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도이고, ‘사회보험’은 당사자들의 ‘기여’에 기반한 ‘자구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① 공공부조, ② 사회보험, ③ 사회수당 및 사회서비스 가운데 어디에 속할까요? BIEN의 논리에 기대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소득은 공유자산에 근거한 소득을 사회구성원들이 1/n로 나누자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 알래스카주의 ‘영구기금 배당’입니다. 1976년 주 헌법 개정을 통해 알래스카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을 조성했고, 이 기금 운용의 수익금을 알래스카 주민 모두가 똑같은 금액으로 나누어 배당받습니다. 영구기금 배당은 1982년에 시작되었으며, 이 기금의 원천이 알래스카 프루도 만(Prudhoe Bay)에서 생산되는 원유 판매 수익금입니다.

이 원유는 누구의 것일까요? 먼 옛날 바닷속에서 살던 동물들과 식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석유는 누구의 것일까요? 제 생각엔 온 인류의 자산이지만, 현재의 소유 개념으로만 보자면 알래스카 주민들의 공유자산이 맞습니다. ‘기본소득은 무엇인가⑬’에서 서술했던 바와 같이 BIEN을 중심으로 한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이 과세하고자 하는 것이 ‘지적 공유자산’을 비롯한 모든 ‘공유자산’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본소득은 20세기 복지국가들의 세 가지 제도 가운데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제4의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1967년 마틴 루서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이 암살되기 얼마 전에 남긴 글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글은 다음 편에서 얘기할 내용 중 ‘우파적 관점의 기본소득’과 관련이 있습니다.

“빈곤을 해결하는 길은 현재 널리 논의되고 있는 방도를 통해 빈곤을 직접 없애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보장된 소득이다. ‧‧‧‧‧‧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때, 소득이 안정적이고 분명하다고 확신할 때, 자기계발을 추구할 수단이 있는 것을 알 때 개인의 존엄이 꽃필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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