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말기암 판독 놓친 백병원, 진단 능력 있나 없나?

기사승인 2021.04.08  17:14:01

공유
default_news_ad1
   
▲ 고인의 부인이 13일부터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가암검진’ 제대로 진단 못해 … 같은 CT 결과 두고 다른 병원 ‘암 판독’
치료 기회 놓쳐 사망한 환자 유족들 울분 … “억울한 죽음에 억장 무너져”

거붕백병원이 병세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탓에 치료 기회를 놓쳐 사망했다는 환자 유족의 원성이 높다. /거제타임즈 공동보도

특히, 국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국가암검진’ 과정에서 나온 논란인데다, 국가암검진과 건강검진을 위해 최첨단 장비를 마련한 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대한 신뢰까지 추락하는 양상이다.

여기다 거붕백병원에서 촬영한 CT 결과를 두고 백병원은 판독하지 못한 반면, 다른 병원에선 곧바로 ‘암’으로 판독된 걸로 파악돼 진단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지금은 고인이 된 김 모(61) 씨는 간질환으로 수 년 동안 거붕백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국가암검진 대상자에 해당돼 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검진 후 병원에서는 이상이 있다며 별도의 CT 촬영을 했다. 촬영 결과 간에 혈전이 조금 생겼다고만 진단했다. 약만 잘 먹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몇 달치의 약을 처방한 뒤 6개월 뒤에 방문하라고 했다.

약을 복용하며 생활하던 김 씨는 지난해 7월 몸이 불편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 때 다시 CT 촬영을 했다. 병원은 혈전이 더 많이 생겨 혈전을 녹이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입원치료토록 조치했다.

김 씨는 며칠 입원하며 치료를 받다 계속해서 불편함을 호소하던 끝에 지인 소개로 도내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 측은 백병원의 CT 결과에 대해 ‘간암’이라고 판독해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결과를 접한 김 씨는 곧바로 서울 상급병원으로 갔다. 최종 검사 결과는 ‘간암 말기’였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항암치료나 수술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임종을 준비하라는 얘기 밖에 들을 수 없었다.

거제로 다시 내려온 김 씨는 집과 백병원을 오가다 올해 2월 10일 새벽 3시 운명을 달리했다. 이날은 설 명절 바로 전날이었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일 시기에 유족들은 눈물과 함께 초상을 치러야 했다. 국가암검진부터 장례까지 모두 거붕백병원에서 치른 셈이었다.

말기암 선고를 받은 이후 유족들은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한 백병원 과실을 주장했지만, 병원 측은 병원 잘못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김 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 어떤 지원도 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의료조정분쟁위원회와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병원의 과실 유무도 판단해 주는 기관이다.

소비자원은 지난 3월 전문자문기관의 판단 결과를 유족에게 알려왔다. 이후 병원 측에도 판단 결과를 알렸다.

판단 결과, 백병원에서 최초 CT 촬영했던 지난해 2월 결과에서 간암이 판단되며, 두 번째 촬영한 CT에서도 간암 판단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거붕백병원은 최초 CT 결과를 간암으로 판단하지 못했고 약과 주사 처방만 했다는 걸로 풀이된다.

故 김 씨의 아내는 “병원에서 처음 CT를 찍었을 때 진단만 제대로 했어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최소한의 치료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진단도 하지 못하는 병원이 사람을 살리는 곳이냐 죽이는 곳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남편은 죽기 직전까지 병원에서 진단을 하지 못해 치료 기회조차 얻지 못해 이대로 죽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며 “오죽하면 남편의 마지막 유언이 ‘내가 죽으면 거제시민이 모두 알 수 있게 시신을 병원입구에 매달아 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손을 쓸 수조차 없는 말기암 판정 이후 백병원의 태도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게 했다. 위로나 사과는커녕 참을 수 없는 비아냥 등 심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며 “소비자원을 통한 전문자문기관의 명백한 판단이 나온 만큼 이 같은 사실을 다수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병원 측은 이번 진단 능력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거붕백병원은 2022년까지 연면적 8000평 규모에 지하1층~지상3층의 최신식 장례식장과 지상 7층 규모에 200 병상을 증축할 계획으로, 병원이 속해 있는 거붕그룹은 순천 지역에도 1000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중이다. 호텔 등 각종 부대시설도 설립한다는 계획으로 사업비만 1조 7천억 원이 예정돼 있다.

시설 확장에만 투자할 게 아니라 의료진 역량 확충에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