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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표 민생탐방 '걸어서 700리' 세번째 이야기

기사승인 2021.09.29  14: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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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

매미성에서 출발하는데 바람이 제법 거셌다. 시방 마을 도로 옆 쓰레기 수거용기가 눈에 들어온다.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아주 잘 만들었다. 요즘엔 길거리에 쓰레기 수거용기가 없어 담배꽁초 같은 작은 쓰레기를 전부 우수관에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아담한 용기를 거제 전역에 설치하면 어떨까?

흥남 마을부터 덕포에 이르는 길은 풍광이 너무 좋았다. 잘 다듬어진 둘레 길을 만들어도 제주 올레길 뺨 치는 코스다. 인도를 조금 더 넓히고 곳곳에 쉼터를 만들면 일주 코스로도 그만이다.

외포중학교 앞을 지나다 안병철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외포중학교 야구부 장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다. 거제지역에 고교 야구팀이 없다 보니 진학에 상당한 애로를 겪는다는 요지였다. 거제시와 친선도시인 일본 야메시와의 교류경기라도 성사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안 교장과는 야구뿐만 아니라 지역 교육현안에도 많은 대화가 오갔는데, 그의 교육적 안목과 진취적 구상에 크게 탄복했다.

대계마을 길가에 서 있는 김봉조 전 국회의원 공적비를 꼼꼼히 읽어봤다. 지역 출신 3선 의원으로 격변기 시절 많은 일을 했던 분이라 생각했다. 대금마을 김영삼 대통령 생가에 도착하자 우리 일행을 응원하기 위해 몇 명의 아우들이 박카스를 사 들고 마중을 나왔다. 기념관 관람객이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많이 아쉬웠다.

기념관 마당에서 잠시 짬을 내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보호대를 착용했다. 탐방 종주를 시작한지 6일째다 보니 무릎이 제법 욱신거린다. 오늘따라 바람도 많이 분다. 등에 맨 깃발이 펄럭이며 연신 두 빰을 때리니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대계에서 덕포로 가는 길에 있는 소공원 간이 화장실 문을 열어보고 기절초풍했다. 화장실 내부 광경은 굳이 말하기 싫을 정도다. 아직도 이렇게 관리가 안 되는 화장실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 화장실은 대체 누가 관리하는 것일까? 옥포 중앙공원에 이르자 지인 한 분이 바나나를 사 들고 기다렸다. 대우조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원 어귀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많은 대화도 나누었다. 대화 중에 또 반가운 일행이 우리를 찾았다. 서울에서 온 유튜버 안중규TV 대표이다. 저의 민생투어 현장 촬영차 오셨다고 했다. 안 대표의 촬영 협조를 위해 오늘 일정은 옥포 중앙공원에서 마무리했다. 총2만1229보, 14㎞ 860m, 35리쯤 걸었다.(2021.9.15)

7일째

옥포 중앙공원 입구에서 출발하는 오늘도 바람은 여전히 세차다. 아랫길을 타고 내려오다 주유소를 끼고돌아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옥포 수변공원이 거주민 인구수에 비해 좀 작아 보였다. 공단 인근 주거지인데 좀 더 크게 만들 필요는 없었을까?

옥포동 해안 길을 따라 아주로 진입했다. 용소초등학교 신설에 따른 중앙투심위와 특별교부세는 내가 현역 시절 박세은 대책위 위원장을 비롯 대책위 맘들의 열성에 감동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일이다. 대우조선 정문 앞에 있는 대우조선 매각 저지 대책위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오늘로 863일째다. 대단한 열정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9년, 대우조선 매각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와 매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던 일, 대우조선 노조가 산업은행 앞에서 상경 투쟁 시 몇 분이 긴급체포되어 귀가하지 못할 때 관계 기관에 간곡히 호소하여 무사히 전부 거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대우조선에 좋은 주인 찾아주는 일을 누가 반대하겠냐만 현대와의 합병은 정말 최악의 카드다. 세계 1, 2위를 합치면 어떻게 될지 정녕 모르고 했단 말인가.

천막농성 중인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나와 동문 옆 산책로를 걸었다. 자전거도로의 재발견이다. 가스충전소가 보인다. 현장체험 일환으로 택시 운전대를 6개월간 잡을 때 이 충전소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정든 곳이다.

두모 로터리를 지나 구 거제고등학교 뒤편에 있는 소공원부터 갔다. 그곳엔 장승포 산사태로 숨진 70명의 영령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마음을 모아 묵념부터 올리고, 어느 시인이 적은 절절한 추모시를 찬찬히 읽었다. 옆에는 ‘한 많은 장승포’란 이미자 씨의 노랫말도 새겨져 있다.

장승포 산사태는 1963년 6월 초부터 시작된 장마로 보리 수확을 못하고 있던 중, 6월 19일 태풍 셜리와 6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내린 500㎜의 기록적인 큰비로 6월 25일 오전 8시 5분께 장승포동 474번지(속칭 굴세미 골) 일대의 뒷산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 산사태로 산 밑에 있던 주택 6채 12세대가 완전히 매몰되면서 주민 61명이 사망하고, 대피 지시를 하던 경찰관 9명까지 순직한 최악의 자연재해였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 ‘찬투’가 온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겠다.

장승포 옥수시장은 언제 봐도 시골장터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현역 시절 이곳 좌판 할머니들이 국회의사당을 구경 차 찾아오셨다. 그때 환대를 잘 받았다며 너나없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옥수 시장 앞에 있는 시외버스 정류장은 세월이 가도 바뀔 줄을 모른다. 시설이 너무 낡고 비좁아 안전사고 우려도 높다.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오늘 일정이 마무리되는 장승포 수변공원을 향했다. 국회 예결위원이 되고 나서 처음 덤으로 가져왔던 사업 예산을 이 공원 조성에 사용했다. 금액도 80억원이 넘을 정도로 많았다. 이 수변공원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걸 보니 너무 흐뭇하다.

만보기를 보니 총 2만 2330보, 15㎞ 631m, 오늘도 35리를 조금 더 걸었다.(2021.9.16)

8일째

비바람 조짐이 있어도 일단 출발지로 떠났다. 장승포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출발했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뱃길이 끊기면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여객선 터미널을 한 바퀴 돌며 찬찬히 둘러봤다. 터미널 건물 상태도 양호한 편이고, 주차시설도 좋은 곳이다. 전체 면적도 꽤 넓다. 거제시가 어떤 용도로 사용해도 괜찮은 곳이다. 활용 용도에 대한 나름의 복안은 갖고 있다. 후일 좀 더 확인해 볼 참이다.

마전 주공아파트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에 눈이 멈췄다. 퍽이나 인상적이다. 흥남철수작전 때 내려온 피난민들이 이곳 장승포항 주변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당시 모습을 벽화에 담았다. 벽화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거제(巨濟. 클 거, 도울 제)라는 이름값을 하는 곳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마전동 오르막을 걷다 보니 어느 식당 담벼락에 빨간 바탕 글씨로 쓴 ‘아침 식사 됩니다’라는 글귀가 보인다. 경기가 어려워 아침 식사를 홍보하는 처절한 삶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오르막 등성이에 이르니 거제대학이 보인다. 최근 운영권 매각 논란으로 말이 많다. 대학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안 마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전동을 오를 땐 숨이 차더니, 옥림마을로 내려가니 비바람이 강해졌다. 광활한 지세포만을 낀 곳이라 바람의 영향을 더 받는 것 같다.

바닷가와 맞닿은 삼거리는 면적이 좁아 대형버스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는데, 아직도 그대로였다. 공유수면을 좀 더 매립해서라도 안전을 담보해야 할 일이다.

옥림 상촌마을 앞을 지나는데 비바람이 앞쪽에서 몰아치며 마스크까지 벗길 태세다. 저체온으로 감기몸살이라도 걸리면 다음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더구나 동행하는 일행들의 형편도 걱정스럽다. 어쩔 수없이 큰 길 버스정류소에서 오늘 일정을 접기로 했다.

걸은 시간은 1시간 반 정도였지만 궂은 날씨 탓에 여느 날 보다 더 힘든 일정이었다. 아침에 사무실을 나설 땐 몇 발자국이나 걸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1시간 반을 걸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도 날씨처럼 변화무쌍하다. 자연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으로 산다. 그것이 행복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 흐르듯 살아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1시간 반을 걸은 오늘은 총 5735보. 4㎞ 14m다. 10리를 조금 더 걸었다. <계속>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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