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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표 민생탐방 '걸어서 700리' 다섯번째 이야기

기사승인 2021.10.15  13: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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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째

다포 팔각정에서 간단한 체조 후 오늘 일정을 시작했다. 공사 중인 다포 해상도로는 다대와 다포 바닷길을 잇는 것으로, 완공되면 명품 다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갯벌 체험 현장과 잘 어우러지는 다리였다. 남부권 최대 낚시 출항지인 이곳이 더욱더 활성화됐으면 한다.

청정해역 절경인 여차에 도착했다.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풍광이 눈에 들어와야 하지만, 남부권의 쓰레기처리는 참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여차 해변은 수심이 깊고 물이 차며 파도가 거세기로 유명하다. 태풍에 방파제가 부서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때마다 피해 복구 예산 조달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주민들이 감사패를 만들어 줬다. 그 패는 지금도 사무실 한 켠에 잘 보관하고 있다.

여차를 넘어 거제 해안 도로 중 유일한 비포장 구간인 홍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예전에 비해 시멘트 포장된 곳이 많이 늘었다. 창원에서 트레킹 차 오신 노부부를 만났는데 예전 비포장 흙길이 좋았다고 아쉬워했다.

가는 길에 만난 차량 운전자들은 절벽 구간 안전시설인 가드레일이 없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또 길 옆 간이화장실이 전혀 없어 급할 때 난감하다는 점과 가로등이 없어 밤이면 너무 깜깜해 이 구간을 이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아쉬운 대로 태양광 가로등이라도 중간중간에 설치하면, 달이 지지 않는 더 나은 관광코스가 되지 않을까.

거제 최고의 절경지라 그런지 젊은 트레킹 족이 참 많았다. 자전거를 탄 MTB 족들도 꾸준했다. 거제 9경 중 하나인 천하절경 여차~홍포 구간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많은 구상과 논의가 있어왔다. 해안 데크, 모노레일, 짚라인, 케이블카까지. 여차~홍포 구간은 너무나 절경이 뛰어난 곳이라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훼손만 불러온다. 더 뛰어난 상상과 기술력을 확보할 때까지 심사숙고할 일이다.

중간에 식당이 없어 준비해 간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다도해 절경을 보며 먹는 충무김밥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대포, 근포를 지나오면서 대포-근포 항만건설(2014년), 해양마리나 시설 조성(2018년), 요트계류장 조성(2019) 등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뛰어다녔던 나의 땀이 베인 시설들이 보였다. 최근 핫한 명소로 알려진 근포 동굴은 주변과 어울리는 둘레길만 잘 조성하면 훌륭한 트레킹 코스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포마을 맛집 엄선장 짬뽕은 잊지 못할 맛이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쳤다. 아쉬웠다.

명사해수욕장 차박 캠핑장은 비교적 잘 꾸며져 있었다. 저구 수국공원과 길옆 사진 스팟 구간도 좋았다. 저구 삼거리에서 일정을 마감한 오늘은 천하 비경 코스를 걸었는데, 자연의 신비를 느끼며 생각하고 걸으니 많은 구상들이 떠올랐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니 몸은 힘들었지만 눈은 정말 즐거웠다. 총 2만 2111보. 15㎞ 477m. 거의 40리를 걸었다.(2021.9.24.)

13일째

저구 입구 삼거리에서 출발하는 오늘 일정은 민가가 거의 없는 산 중턱 길이 대부분이다. ‘수년 전부터 수국 특화마을로 조성된 저구마을에서 추억 담기 촬영하기 좋은 곳’이라는 안내판이 있는데 너무 낡았다. 반면 무지개 길 등산로 안내판은 잘 꾸며져 있다.

인가가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 폭 20cm, 높이 20cm 정도의 경계석 위를 걸어봤다. 균형감각이 아직 살아있다. 정치도 행정도 이런 균형 감각이 중요한데….

아홉산재 버스정류장 옆 팔각정에서 응원차 오신 지인과 사과를 먹으며 잠시 쉬었다.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갈수 있는 팔각정 뒤편 잔디밭은 참 좋았다.

노자산 자락을 타고 한잠을 가다보니 간이 휴게소가 나왔다. 때마침 점심때라 준비해 간 김밥과 산장에서 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휴게소 산장 주인은 대우에서 퇴직한 뒤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걸어서 700리에 대한 관심과 연재 글에 대한 애착도 보여주어 큰 위로가 되었다.

탑포에 이르니 지역활성화 센터에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다 어촌체험장에서 일하신다는 한 분이 ‘나이 든 우리보다 젊은이들을 많이 챙기시라’는 당부를 하셨다. 정치를 하는 내내 꼭 새겨듣기로 다짐했다.

탑포마을 이장님은 마을과 관련한 크고 작은 민원을 토로했다. 지역에 맞는 개발 그림이 뭘까를 같이 토론하며 고민했다.

쌍근마을에 이르러 해양생태 테마공원을 둘러봤다. 관광객들이 잘 보고 쉬어갈 수 있는 공원이 되기를 바랐다. 율포를 지나며 바닷가에 있는 하수처리장 앞에서 마을 이장님을 만났다. 냄새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물을 손질하던 어촌계장님도 만났다. 작은 어촌마을이라 그런지 지나치다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다 지인들이다.

동부초교 율포 분교 운동장 입구에서 할아버지 아들 손자 등 3대가 공을 차기 위해 가고 있었다. 꽤나 인상적이었다. 덕원마을 위쪽으로 오르자 풀 빌라 등 숙박시설이 꽤 많이 보였다. 어린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평화롭고 운치 있는 마을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펜션들 중 외장을 독특하게 꾸민 곳도 제법 된다.

쓰레기 집하장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cctv를 단 펜션도 있다. 남부권에서 쓰레기가 문제가 된 곳들을 많이 보아온 터라 인상적이었다. 건축 허가 때부터 시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 이런 시설들을 많이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덕원마을 KT연수원 앞에서 오늘 일정을 마쳤다.

총 2만 2189보. 15㎞ 532m, 약 40리를 걸었다.(2021.9.25.)

14일째

덕원마을 KT연수원 앞에서 출발하는 오늘 일정은 가배 오송 동부를 거쳐 거제면 기성현 관아 까지다. 장사도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가배 길목은 도로가 많이 파손돼 있었다. 가배 분교 운동장도 잡초가 무성했다. 동부 영월항에 도착하자 바닷가 쪽에 세워놓은 쪼개진 방향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네 얼굴이나 다름없는 이런 시설들이 그때그때 왜 수리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바다에는 굴 양식용 스티로폴 부표가 무성하다. 2012년 초선 당시 미국 FDA에서 거제 통영 해역의 노로바이러스 검출로 한국산 굴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굴 양식업자분들이 급히 내게 SOS를 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역 어민들의 긴급 호소를 받은 나는 해양환경수산관계자들과 긴급한 회의를 갖고 대책을 강구했다. 결론은 하수종말처리장을 청정지역 우선으로 신속히 시설하고, 해상 간이 화장실을 곳곳에 설치해 사람에 의한 오물이 바다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관리대책을 마련했다. 그런 뒤 미국 검사관이 해당 지역을 다시 방문해 검사를 진행했고, 노로바이러스가 사라진 걸 확인한 뒤 6개월 만에 다시 굴 수출이 재개됐다.

그때 세워진 영월항 간이 화장실을 열어보니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 동네 경로당을 마을 주민들의 최고 쉼터였다. 분리수거 시설도 잘 관리되고 있었고, 안내방송, CCTV에 부드러운 음악까지 쉼 없이 흘러나왔다.

동호항 물량장은 꽤 넓었다. 동호항 바닷가 정자에서 짜장면을 시켜 점심을 해결했다. 인근 유자 밭을 지나는데, 아직 새파란 과일을 보며 누군가 귤 밭이라고 우겼다. 귤 나무는 가시가 없지만, 유자나무는 가시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밭 나무에는 전부 가시가 있었다.

오송마을 유명 카페에 잠시 들렀다. 젊은이들이 제법 많다. 사진도 찍고 담소도 나누는 그들을 보며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른 그들의 감성을 느꼈다. 경로당 앞을 막 지나는데 몇몇의 지인들이 응원차 기다리고 있었다. 유희상 전 동부 협의회 회장은 함께 걷기도 했다. 그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거제시 최대 사백어 생산지 오망천교가 보인다. 주변 공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멸종 위기 1급 민물고기 남방동사리 서식지 때문이란다. 참좋은 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어린이 체험학습장(버드 앤 피시)은 쉬는 날이라 가보지 못해 아쉬웠다. 대신 산양 개인택시 지역 사무소를 들렀다. 코로나 이후 손님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 동서간 연결도로(일명 계룡산 터널) 공사현장이 보인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교통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촌 삼거리를 비롯해 동부 일대가 굉장히 혼잡해질 텐데, 미리 원활한 소통 흐름을 준비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호체계라도 잘못되면 자칫 터널 안까지 차량이 밀릴 수도 있다. 산촌 삼거리를 로터리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라 여겨진다.

거제면 동상마을 표지석 앞에 있는 원형 로터리는 주변 교통흐름을 감안할 때 꽤나 효과적인 발상이라고 여겨진다. 오늘 일정은 거제면사무소 앞 기성현 관아 앞에서 마무리했다. 총 2만 3018보. 16㎞ 112m다. 40리를 좀 더 걸은 셈이다. (2021.9.27.) <계속>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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