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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기사승인 2018.11.10  14: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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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용하 /용하한의원 대표원장

   

골목길에서 숨바꼭질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그 꼬불꼬불하며 미로 같은 길이 다정하게 다가온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큰 길을 활보하며 자신감과 뿌듯함으로 사는 시간도 많지만, 소박하고 정감어린 골목길 속에서 일상의 소소한 삶에 만족하며 보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누군가에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을 알차게 영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조그마한 골목길에서 하루하루의 일상을 만족하며 사는 맛도 좋다.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골목길은 정을 나누고 추억을 쌓는 곳이다. 인생의 걸어온 길에 어둡고 칙칙하고 힘든 골목길의 아픔도 있을 것이고, 어릴 때 동무들과 동네 형님, 아우들간의 재미나고 추억이 되는 이야기를 간직한 골목길도 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골목길을 가지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컴플렉스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는 흙수저에게는 늘 아픈 골목길이다. 소외되고 외롭고 힘들며 희망의 빛이라곤 찾을 수 없는 컴컴한 길에서 방황하고, 나아갈 길이 없이 꽉 막힌 좁은 골목길은 여리고 순한 어린 청년의 가슴에 답답하고 숨 막히는 길이다. ‘언제 이 찾기 어렵고 깜깜한 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염원하던 생존의 절규다.

막 다른 골목길에 서 있는 오늘날의 우리 젊은이들의 한숨과 세상의 차가움 속에 흐느끼는 고통은 이 시대의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모든 청년들이 공시생으로 내몰리는 현실 속에서 웅크리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는 어른세대들은 어릴 때의 아픈 기억들이 자꾸만 되살아난다. 우리의 자식 세대, 손주 세대가 행복하고 넉넉한 세상이 되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햇볕을 보지 못하고 마음에 희망의 씨앗이 자라지 못하는 골목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다. 피곤할 정도로 일하던 일터에서 실직한 우리의 이웃들의 눈물과 한숨은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 성난 바람을 만나면 큰 파도가 된다.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큰길이 아니라, 골목길에 있어야하는 우리의 가족들을 보면서 세상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골목길에 주저앉아 방향감각을 잃은 사람들에게 밝은 빛이 되고, 편안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앞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고 진심으로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골목길의 한숨과 어두운 미로를 헤매는 삶도 줄어들 것이다.

골목길의 이웃끼리 어울려 살면서 서로 힘이 되어주고, 위로와 격려와 정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때, 이 삶 또한 먼 훗날의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사는 것이 별거 아니지만, 어렵고 힘들 때의 고통은 그 당시에는 엄청 힘들다. 지나고 나면 기억이 옅어져서 저 건너편으로 가버리고 삶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세상은 공평하여 어느 누구도 큰 길과 골목길의 삶이 함께 있다. 단지 시간과 순서의 차이 밖이다. 세상을 주름잡던 사람도 어느 순간에 어둡고 추운 골목길에 들어가 막다른 인생살이를 경험하는 것이 인간사다. 매사에 헛된 욕망과 탐욕을 버리는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 골목길의 살림살이가 있었기에 현실과 사람들의 본심을 아는 숙성의 시간이 된다. 큰 길과 골목길의 삶을 오갈 때, 자기를 감싸고 있던 껍데기와 속 알맹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세상을 다시 배우고 깨우치는 골목길 인생 속에서 삶의 알곡이 영글어진 시간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에 삶은 한결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진다.

골목길은 어두워지면 여기가 맞는지, 저기가 바른지, 긴가민가하게 된다. 마음의 골목길이 많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고 좋게 보는 햇빛과 밝은 가로등을 소중히 여길 때, 미로를 헤매며 삶을 괴롭히는 어둠은 사라질 것이다. 쌓이기 쉽고 함부로 내버리고 방치하기 쉬운 마음의 골목길을 매일 희망과 자존감과 지금 바로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는 빗자루로 매일 깨끗이 청소하면 바람이 불거나, 비가 많이 와도 끄떡없이 지낼 수 있다.

골목길에 숨으려고 하는 우리의 마음을 이겨내고, 당당히 큰 길에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골목길은 삶의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이자 내공을 키운 곳으로 기억하며, 큰 길에서 어깨 펴고 힘들고 고달픈 삶을 바꾸자.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다. 골목길을 큰 길로 바꾸는 우리 이웃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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