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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말을 쓰자

기사승인 2019.03.12  17: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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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일 /전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겨우내 기다리던 꽃피는 춘삼월인가 쉽더니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누구의 책임문제를 떠나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 쉬는 자유조차 빼앗긴 느낌이다. 3월초 황금연휴기간 내내 우리나라는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이제 미세먼지는 사시사철 불청객이 되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발 황사까지 내려온다고 하니 정신이 혼미할 따름이다.

새삼 호주, 뉴질랜드, 유럽 등 선진국의 친환경정책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도 늦은 감은 있지만 차근차근 치밀하게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치권이 서로를 헐뜯으며 싸움질이나 하는 한국적 고질병에서 빨리 벗어나 국민의 기본적 삶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또한 우리 국민들도 에너지를 적게 쓰고 차량운행을 자제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 미세먼지는 사람이 배출하는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북미회담의 결렬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서로의 본심을 확인하는 발전된 회담이었다고는 하나 한반도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한 길이 쉽지는 않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를 잘 해서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이처럼 최악의 상태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매일의 삶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아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말을 곱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살고 있다. 말을 주고받는 것이 곧 일상이다. 정치권은 거의 매일 이 말이 화근이다. 상대정당의 정화되지 않은 말이 항상 싸움의 근원이다. 정책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말의 파장이 문제인 것이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의 갈등중심에는 항상 우리가 사용하는 이 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말을 잘 할 수 있는지 나름 생각한 바를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단어(單語)의 선택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단어가 아무리 많아도 잘 골라 써야만 보석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 언어는 같은 의미라도 뉘앙스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상황에 맞는 적당한 단어를 찾아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해보자. 그리고 무슨 말이든 신중(愼重)히 하자. 성격이 급한 사람은 기분대로 얘기해버리고 나중에 뒷감당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중요한 말인데 함부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또한 시간 할애해서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한다면 상대를 존중하자. 쉽게 내 뱉는 말은 보통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데서 많이 나온다. 사람은 매일 보는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에게 소홀해지기 쉽다. 생각 없이 함부로 얘기해버리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무슨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가져다주었는지 조차도 모른다. 집안에서 항상 고운 말을 사용한다면 부부싸움의 절반이상은 없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고운 말은 고운 심성(心性)에서 나온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내 마음부터 먼저 곱게 다듬어 보자. 내 기분이 좋아야 남의 기분을 헤아릴 수 있다. 고운 말을 쓰겠다고 날마다 결심해야 한다. 상대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가학적(加虐的)언어를 구사하는 순간, 적(敵)이 만들어 진다. 평생 원수가 될 수도 있는 끔직한 사태를 초래한다. 그러니 내가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분이 아니라면 다음으로 미루는 게 좋다. 얼굴 표정이나 태도, 차림새도 언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누군가 건네준 위로와 희망이 담긴 한마디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치유의 말을 표현하는 데에 우리는 비교적 인색하다. 반면에 남을 욕하고 불평과 원망 한탄의 말은 쉽게 한다. 고운 마음에서 고운 말이 나오지만 꾸준히 고운 말을 연습하다 보면 고운 말이 고운 마음을 키워주기도 한다.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라는 말이 있다. 말을 잘하는 것은 은(銀)이고, 침묵은 금(金)이다. 말이 많아 실수하는 것보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자주 잃어버리고 생활한다. 「오늘은 어제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라는 말이 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일듯이 말의 파장이 운명을 결정짓는다. 고운 말은 내가 행복하고 상대방이 행복하다. 제발 말을 조심하자! 그리고 고운 말을 쓰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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