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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生 - 우리 스스로 낫게 하는 방법

기사승인 2019.04.19  1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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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순 /계룡한의원 원장(침구과 전문의 & 한의학 박사)

꽃샘추위도 어느 정도 물러가고 따뜻한 햇살이 포근하게 감싸는 봄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 하다. 그래서 더더욱 겨울 내 꽁꽁 얼어있던 우리들 몸도 서서히 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유독 봄철에 담이 결려서 내원하는 분들이 더 많은 느낌을 받는다. 추운 날씨에 경직되어 있던 몸 구석구석의 세포들이 따스한 봄 기운과 함께 풀어지고자 기지개를 펴보지만, 미처 제대로 다 못 풀어진 탓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활짝 풀어지지 못해서 통증이 발생했을 때, 우리 스스로 낫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고민해볼까 한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갑자기 목이 안 돌아가는 현상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무거운 물건도 아닌데 물건 들다가 허리를 삐끗해본 적이 있는가, 혹은 어떠한 이유도 없이 날개뼈 안쪽이 아파서 숨쉬기조차 힘든 적이 있는가. 생활하다보면 우리는 흔히 “담이 붙었다”라고 표현하는 통증을 가볍게 또는 심하게 겪어보게 된다. 그럴 때 따뜻하게 해주거나 쉬어주거나 파스를 붙여주면 하루 이틀이면 나을 때도 있었고, 혹은 아무리 이리저리 해보아도 해결이 안 되어서 병원을 찾아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우리는 한 가지 고민해볼 문제도 생긴다. 이렇게 아플 때 가만히 놔두고 쉬어주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은 움직여주는 것이 좋을 것인가. 오늘 고민해 볼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어디가 아프다고 했을 때 가만히 쉬어만 줄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 움직여줄 것인가.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그 회복능력을 自生(자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자생능력은 어린 나이일수록 매우 우수하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급격하게 감퇴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세포와 조직들이 생성되고 있으며 혹은 사멸하고 있다. 그 과정이 자생이다. 암세포를 예로 든다면, 암세포는 갓난아기부터 어르신들까지 동일하게 항상 생성되기도 하고 항상 사멸되고 있다. 다만, 암세포가 생성되는 속도와 사멸되는 속도 차이 속에서 “암이 있다, 없다”로 갈리는 것이다.

가령, 목에 담이 붙어서 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아프다고 해보자. 목 디스크가 있다 없다라는 문제는 지금 당장 시급한 사항은 아니다. 현재 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라는 현상은 분명 목과 어깨를 이어주는 근육의 경직과 관련된 상황이다. 설령 목디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육의 경직이 없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거꾸로 목디스크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근육의 경직이 동반된다면 이런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목과 어깨를 이어주는 근육, 예를 들면 승모근과 견갑거근이라는 근육이 순간적으로 경직이 되면 목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을 유발한다. 이 때 발생하는 통증은 우리 몸 세포세포가 뇌에게 “지금 당신 몸이 아프니깐 조심하고 쉬어주세요~ 우리가 얼른얼른 몸을 복구시켜 볼테니깐 기다려주세요~”라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 원래 하던대로 신경을 너무 과도하게 쓰거나 과로를 하게 되면 근육은 더욱더 경직되고 치료기간은 훨씬 더 늘어난다.

가벼운 단계라면 우리 몸 스스로 복구능력이 있기 때문에 반나절만 잘 쉬어주어도 금세 회복된다. 세포 하나하나가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심한 단계라면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게 되어 아무리 쉬어주어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서 병원을 찾게 된다. 진통소염제와 근육이완제 처방을 받고 다시 쉬어보지만 이미 자생능력을 뛰어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그러면 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자생능력에 있다. 우리 스스로 복구시킬 수 있는 능력을 좀 더 도와주자는 것이다. 세포가 뚝딱뚝딱 재생이 잘 되도록 외부의 힘을 빌려서 좀 더 응원을 하고 격려를 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자생능력을 키워주는 것인가?

첫 번째는 따뜻하게 해주자. 
따뜻하게 해주어서 근육이 이완되도록 하자. 이미 딱딱하게 경직되어 목이 안 돌아가게 하는 현상에서 따뜻하게 해준다면 이완이 되는 첫 번째 준비작업이 된다. 따뜻하게 하면 실제로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적혈구 백혈구 대식세포 림프구 등의 활동이 왕성하게 되고, 근육과 인대에서 발생한 염증 피로 물질이 빠르게 흡수되어 순환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만져주자. 
목과 어깨 주변을 손으로 만져보면 유독 아픈 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 아픈 자리를 만져주자. 부드럽게 그리고 세게 만져주자. 아픈 자리를 만져주면 역시 그 부위 순환이 좋아지면서 염증 피로 물질이 빠르게 흡수되고 순환될 수 있다. 간혹 아픈 자리를 섣불리 만지면 더 악화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뼈가 부러지지 않은 한 아픈 자리를 만져주는 일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전혀 덧나거나 악화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가볍게 움직여주자. 
목이 잘 안 돌아갈 때 함부로 움직이면 더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가만히 깁스를 한 것처럼 혹은 로봇처럼 가만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조금만 움직여도 너무 아프니깐 안 움직이고 싶은 것도 있다. 그런데 아픈 자리를 따뜻하게 해주면서 만져주면서 조금씩 스트레칭을 유도를 해보면 가만히 쉬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근육과 인대는 수축과 이완을 통해서 움직이게 되는데,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심호흡과 함께 조금씩 움직여주어야만 수축과 이완의 리듬을 되찾아 갈 수 있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우리 스스로 낫게 할 수 있다.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분들에게 항상 당부를 하는 것도 바로 이 세 가지이다. 그럼 한의원에서 치료하는 내용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직접적으로 아픈 자리에 침을 놓거나 부항을 하거나 뜸을 하는 것은 바로 두 번째, 만져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손으로 만져주는 것으로 잘 해결이 안 되는 범위를 침과 뜸, 부항을 통해서 빠르게 소통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목이 안 돌아가는 증상에 그러면 왜 손발에 침을 놓는 것일까? 이는 “경락(經絡)”라는 것으로 설명이 된다. 일종의 티비 리모컨이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겠다. 목어깨로 이어지는 경락을 따라서 손발에 있는 혈자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수양명대장경이라는 리모컨도 있겠고, 수소양삼초경이라는 리모컨도 있겠고, 족소양담경이라는 리모컨도 있겠다.

이 자생능력은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퇴된다. 그래서 20대 때에는 잠시만 쉬어주어도 금세 회복되었지만 60대 70대가 되면 아무리 쉬어주어도 좀처럼 빠르게 풀리지 않는다. 나무 수액의 흐름을 보면 봄철과 여름철에는 수액이 마구마구 샘솟아서 나뭇가지 끝까지 뻗어나가 잎이 무성해지다가 가을철과 겨울철에는 수액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말라가는 현상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즉, 20대 때에는 우리 몸에 수분 진액과 음혈(陰血)이 충분하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좋아서 재생능력이 우수하지만, 60대 70대가 되면 진액(수분)과 음혈이 메말라가면서 아무리 따뜻하게 해주고 만져주고 스트레칭을 해주어도 젊은 시절처럼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 사실 이럴 때에는 진액과 음혈을 보태주는 한약 치료가 병행되면 매우 훌륭하다. 심지어 젊은 사람일지라도 신경을 과도하게 쓰거나 노동량이 매우 많아서 에너지 소모가 큰 경우에는 진액고 음혈이 쉽게 고갈된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우에도 한약치료가 병행된다면 매우 훌륭하다.

목에 담이 결린 현상뿐만 아니라 급만성 요통, 견갑통, 늑골통, 골반통 등등 근골격계 통증은 모두 이 세 가지를 통해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자생, 우리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믿고, 어떻게 그 능력을 배가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필요하다. 그 길이 우리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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