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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 나아가는 거제의 샛별 - 빈소년합창단 박시유

기사승인 2020.01.17  17: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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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7년 보이 소프라노 대명사 빈소년합창단에 도전

 내한 공연차 한국 방문, 기회 되면 고향 거제서 노래하고파

거제 지역에도 세계적인 음악가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실현시켜줄 유망주가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보이 소프라노의 대명사인 빈 소년 합창단에 입단해 전 세계를 누비며 ‘노래할 때 내가 곧 음악이 된다’는 박시유(13) 군이 그 주인공이다.

시유가 빈소년합창단원원의 꿈을 이루는 과정은 우연과 운명의 연속이었다. 첫 시발점은 시유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5년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로 거슬러 간다. 당시 시유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던 학원 원장 선생님이 우연히 피아노 외에 특기로 가르친 성악에서 두각을 보이면 서다.

학원 선생님은 시유 어머니에게 시유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우기를 희망했고, 그렇게 찾아간 곳이 고현교회 합창단 오디션이었다.

시유는 교회 합창단에서도 눈에 띄는 아이였다. 교회 합창단 오디션 심사를 맡았던 대학교수도 그런 시유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시유에게 이탈리아 유학을 권했다.

주변의 권유보다는 시유의 의견을 듣고 싶었던 시유 어머니는 이듬해 여름 견학차 시유를 이탈리아로 보내게 되는데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시유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이탈리아를 돌아본 시유는 유럽의 문화를 동경하게 됐고, 더 크고 넓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유 어머니 입장에선 성악을 배운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한창 투정 부리고 떼쓸 나이의 자식을 만리타국으로 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시유 어머니는 자신의 우려보다는 자식이 스스로 선택한 미래를 믿어보기로 했다. 다만 언제든 힘들다 말할 때 언제든 따뜻하게 안아주겠다는 조건이 함께했다.

시유의 유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시유의 성격도 한몫했다. 어려서부터 차분하고 배려심이 깊었던 시유는 노래보단 책 읽기를 좋아해 각종 백일장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고 영어 실력도 뛰어난 아이였다. 때문에 시유 어머니는 시유가 유학을 가더라도 또래 아이들과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어 적응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시유 어머니가 빈소년 합창단에 직접 보낸 메일은 시유를 2017년 1월 서울 공연 때 1차 오디션으로 이끌었다. 오디션 당시 시유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불러 1차 시험에 합격하고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최종 오디션을 거쳐 빈소년합창단에 정식 입단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시유가 지난 2017년 빈소년합창단의 부산 공연을 경험한 후 감명받아 빈소년합창단에 도전했다고 알고 있지만, 부산 공연은 시유가 오디션을 이미 치른 다음 열린 공연이다.

이렇게 교회합창단 1년이 경력의 전부였던 거제도 소년은 522년 역사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빈소년합창단에 입단하게 됐다.

슈베르트와 하이든의 후배가 된 거제도 소년

우리나라에선 지난 1992년 국산 피아노 광고에 등장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진 빈소년합창단은 슈베르트와 하이든이 소년 시절 단원으로, 모차르트는 지휘를, 베토벤은 반주를 맡았던 곳이기도 하다. 또 바그너, 리스트, 요한 슈트라우스 등의 거장들도 자신의 곡을 헌정한 곳이다.

빈소년합창단의 팀명도 합창단과 인연이 있었던 거장들의 이름에서 빌려 ‘모차르트’, ‘슈베르트’, ‘하이든’, ‘브루크너’다. 시유는 합창단 4개 반 가운데 ‘브루크너 반’에서 제1 소프라노를 맡고 있다.

시유가 공연에서 솔로로 나설 때가 많은 것도 반에서 가장 음역이 높기 때문이다. 브루크너 반은 2010년 한국인 최초로 빈소년합창단 단원이 된 조윤상 군과 2014년 입단한 이정민 군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시유는 현재 레알김나지움((Gymnasium, 중학교 과정)에 있는데 오는 2022년 6월 졸업예정이다. 흔히 빈소년합창단 단원은 변성기가 오면 합창단을 그만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합창단에서 변성기가 오면 높은 음역인 소프라노에서 낮은 음역인 알토로 옮겨질 뿐이다. 방청객 기준으로 왼쪽이 소프라노, 오른쪽이 알토다.

빈소년합창단 단원 4년 차를 맞는 시유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내한 공연 일정이 계획되면서 방학 외에도 한국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유가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여름 방학, 부활절 방학, 크리스마스 방학 등 40일 정도다. 한국에 돌아와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빈소년합창단에 입단하고 힘든 내색 한 번 없던 시유가 입단 1년이 지날 무렵 힘들다며 연락을 한 적이 있었다. 담당 교사와 합창단 관계자 설득으로 금방 마음을 되돌렸지만, 부모 입장에선 시유의 유학생활이 가장 망설여졌던 시기였다고 한다.

고향 거제서도 꼭 노래하고 싶어요

시유는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좀처럼 쉴 새가 없다. 시유 어머니는 시유가 빈소년합창단 졸업 이후 한국생활을 원했을 때를 대비해 쌍둥이 형과 함께 한국 수준의 기초 수업을 따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유 어머니의 우려와는 달리 지금까지 빈소년합창단에 입단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단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보통은 유럽에서 더 높은 수준의 음악을 전공하거나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한다.  

어쨌든 시유에겐 40일의 방학 생활은 꿀맛 같은 시간이다. 오스트리아로 가면 먹을 수 없는 한국 음식과 그리운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이번 공연에서 고향 거제와 가장 가까웠던 창원 성산아트홀 공연에서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던 시유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유 어머니도 시유가 공연을 위해 한국에 왔는데도 고향에 가지 못해 무척 서운해했다고 전했다. 거제시문화예술회관도 빈소년합창단의 이번 내한 공연을 유치하지 못해 아쉬워하며 빠른 시일 내 공연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직 한창 꿈을 노래할 나이에 미래를 이야기하는 큰 의미 없지만, 앞으로 시유가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가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 의심에 여지가 없어 보인다.

머지않아 시유가 말끔한 단복을 입고 거제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무대에 서서 천사 같은 목소리로 노래할 그날을 위해 시유와 빈소년합창단의 건승을 기원한다.

한편 시유가 소속된 빈소년합창단 브루크너 팀 공연은 지난 11일 창원 성산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12일 광주문화예술회관, 14일 강릉아트센터, 15일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이미 진행됐고, 오는 17일 오후 5시 30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과 18일과 19일 양일간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이 남아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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