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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나날

기사승인 2020.04.03  17: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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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영 / 칼럼니스트

   

도로변에 지폐 몇 장이 뒹굴었다. 사람들이 돈을 따라 뛰었고 나도 간신히 한 장 줍는 데 성공한다. 그때 매섭게 이쪽을 노려보고 선 한 남자의 눈과 마주친다. 냅다 뒷걸음쳐 도망을 하자 돈 줍던 다른 이들도 나를 따라왔다. 남자와 우리 일행과의 간격이 좁혀진다. 나는 그들에게 검지를 세워 더 속도를 내라고 신호를 보낸다. 눈치를 챈 한 사람이 옆 골목으로 피하면서 위기를 묘면 하는데 나머지 일행은 나에게 달려들어 폭행을 가한다. ‘엇다대고 삿대질이야!’. 오해라고 소리를 질렸으나 말이 입안에 갇혀 밖으로 터지지 않는다. 버둥거리다 눈을 떴는데 허걱, 꿈이었다.

  어둠 속에서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답답함은 여전하다. 명치끝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 ‘꿈은 억압된 소망의 위장된 실현'(프로이드)이라는데, 평소 억제된 그 무엇이 수면 중 발현된 것 같다. TV를 켜니 뉴스들이 이 생각에 동의를 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방역은 물론 경제위기 대응을 정부가 아주 잘하고 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가장 높은 긍정평가 결과가 나왔다’ ‘...완치율 50%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축하할 만한 작은 성과다”하고, 종편은 ‘질본과 의료인들, 성숙한 시민의식이 코로라 극복을 앞당긴다’라고 한다. 동일한 문제인데 해석의 차이가 크다. 하지만 시청자는 잘 안다. 초기 중국발 입국자 금지를 안 해 코로라가 확산되었고, 마스크 대응 실수 연발이 사태를 촉진했고, 확진자가 속출하는 지금까지 대문을 안 닫아 우리는 여전히 불안하고, 이게 팩트임을.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눈 큰 공로자는 어용방송이다. 작년 가을이었다.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때부터 정가에서 당파싸움이 불 붙었다. 국가 수장의 비화(悲話)가 화마에 키질 하는 바람에 점점 격렬해졌다. 취임사의 공약을 모두 전복함으로써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이 서로 으르렁거리게 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의원들은 국회에서 멱살잡이를 하고 언론은 입맛대로 사실과 의견을 편집했다. 사실이 여론을 이끌어야 민주주의가 가능한데 여론이 사실을 몰고 가니 소시민의 꿈자리가 편할 리 없다.

집권당은 건국 이래 처음보는 선거법을 개정하여 밀어붙였다. 반대하던 야당이 생존전략의 비례정당을 만들자 이에 여당은 “공당이 택할 정상적 방법이 아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욕하면서 배운다고 ’그 비정상적인 방법‘을 그대로 차용하여 위성정당을 창당한다. 이익이 된다면 언행불일치도 감행하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것과 사촌격인 당이 또 하나 급조되었다. 구성원이 부동산투기 의혹, 키스미수 사건(미투), 사문서위조 혐의 등 탈당과 탈락한 인물들이다. ‘내로남불’ ‘조국수호’ ‘개싸움국민운동부’란 공통분모에서 애국심은커녕 꼼수의 카르텔이 엿보이는 개판오분전으로 해석된다.

 “엄마, 개싸움운동본부가 뭐야?” 주변의 젊은 주부의 고민이다. 자기는 모르겠다며 혹시 나에게 아느냐고 묻는데 나에게도 낯설었다. 찾아본즉 일명 ‘개국본’으로 불리어지며 ‘누구라도 조국을 건드리면 개처럼 달려들어 싸운다’는 뜻이라고. 이 단체에서 수억 원의 기부금을 모으고, 그 돈이 보이스피싱 당해 수사에 들어갔다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 중심인물이 기소상태에서 비례대표 2번을 받고 벌써 완장을 찬 듯 검찰총장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21대 총선 지역구 출마 후보자 중 총 37.5%가 전과자인데, 이 중 집권여당이 100명으로 탑을 차지했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출마의도가 진정 국민을 위한 남다른 봉사정신 때문인가? 그렇다면 거짓말이다. 일단 당선만 되면 그 숱한 혐의를 의원직으로 뭉갤 수 있고, 온갖 특혜와 거액을 챙기면서 힘의 논리, 강자의 권한으로 폼을 잡고 싶은, 이게 정답이라는 거 안 봐도 비디오다.

이상한 선거법으로 역대 가장 긴 투표지를 만들어 고령 부모를 미리 기권하게 하고, 다중 범죄혐의자 한 사람을 위해 애꿎은 ‘개(犬)를 욕 먹이는 단체를 만들어 자녀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처음 참석한 대통령을 본 김에, 군에 간 아들을 가슴에 묻은 노모가,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지 한 마디만 해 달라”고 호소해도 ‘북한 소행입니다’ 라고 말 못하고, 이게 과연 정상적인가?

상식적이란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행동이나 정도를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인지상정하며 살아간다. 내가 꿈속에서 가리킨 손가락의 의미를 알아채고 몸을 숨긴 행동은 상식적이다. 손가락 신호를 삿대질라고 단정 짓고 상대를 폭행하면 비상식이다. 본질을 외면한 채 일부분에만 집착할 경우 반드시 피해자가 생기는 이 또 한 상식적 이치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상식이 통하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는 대사가 있다. 가석방한 래드가 자신을 기다리는 주인공 앤디를 찾아가며 한 말이다. 맥시코 바닷가에서 둘이 재회하는 장면은 가슴 찡한 감동을 자아낸다. 희망과 자유, 상식이 통하는 곳, 거기가 어디일까?

꿈같은 나날, 얼른 깨고 싶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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